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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시선으로 담담히 그려내는 일상의 이야기, 전병석 시니어

“배움과 나눔 실천하며 세월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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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화 기자
기사입력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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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그때는 당신이 계셨고 지금은 내가 있습니다(어른의 시간, 156p, 2018)’와 ‘구두를 벗다(어른의 시간, 136p, 2019)’를 쓴 전병석 시인의 모습.  © 본인 제공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수백 편의 시가 되고도 남을 세월을 살아낸 시니어들의 인생이 담겨있는 시집이 있다. 바로 시니어들을 위한 책을 출간하고 있는 ‘어른의 시간’에서 펴낸 시인선이다. 여러 시니어 세대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선정된 작품들이 모여 시집으로 탄생한다. 이번에는 어른의 시간 시인선 1권 ‘그때는 당신이 계셨고 지금은 내가 있습니다(어른의 시간, 156p, 2018)’와 3권 ‘구두를 벗다(어른의 시간, 136p, 2019)’의 주인공 전병석(60) 시인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전병석 시인은 고등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으며, 현재는 상해한국학교의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사범대로 진학했는데, 처음에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런데 대학교 재학 4년 동안 ‘효목성실고등공민학교’라는 곳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깨닫게 됐다. 한 명의 아이를 바로 세우는 일이 한 가정, 나아가 한 사회를 바르게 세우는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교직 초반에 실업계고등학교(특성화고)에서 근무했어요. 당시에 마음이 많이 쓰였던 제자가 여럿 있었는데, 오죽했으면 ‘가출하고 싶으면 우리 집에 오라’고 말하고, 아침마다 모닝콜을 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모두 훌륭하고 살고 있답니다.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죠. 저희 반 학생을 알아보지 못한 일도 있고, 갓 40세를 넘겼을 때 제자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본 적도 있고요.”

 

교사로서 소명의식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던 어느 날, 해외에 있는 한국학교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교사의 다양한 경험들이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생각했기에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반가웠다. 게다가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해외에 거주하며 낯선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을 늘 갖고 있었기도 했다. 그렇게 2012년부터 3년간은 천진한국국제학교에서 교감으로 근무했으며, 그 인연이 이어져 상해한국학교에서 근무하게 됐다.

 

▲ 도서 ‘그때는 당신이 계셨고 지금은 내가 있습니다(어른의 시간, 156p, 2018)’와 ‘구두를 벗다(어른의 시간, 136p, 2019)’를 쓴 전병석 시인의 모습.  © 본인 제공


“상해는 치안도 좋고, 환경도 깨끗하며, 한국 음식도 쉽게 먹을 수 있어서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늘어나고 있고, 언어능력이 부족해서 저의 의사와 상황을 잘 설명하지 못할 때에는 답답함을 많이 느껴요. 그래도 호기심이 많고 긍정적이라 즐거운 마음, 배움의 마음으로 이런 일상을 이겨 나가고 있답니다.”

 

전병석 시인의 시에는 주로 일상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자주 만나고 경험하는 것들을 소재로 시를 쓰는데, 모티프가 될 만한 일들을 기록해 두었다가 한가할 때에 다시 끄집어 내어 시로 써 내려간다. 덕분에 주변을 관찰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무렵이다. 국어 선생으로서 시를 배우고, 가르치며 늘 시와 가까이 살아온 전병석 시인은 2013년부터 SNS에 올리던 일상의 경험과 소감들을 2015년부터는 시의 형식으로 바꾸어 올렸다. 2017년에는 학교도서관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을 만나게 됐고, 이 일을 계기로 두 편의 시집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두 편의 시집 중 1권은 ‘1부 당신이 계시지 않아도’, ‘2부 옅은 햇살에 아이들 웃음처럼’, ‘3부 맑고 깊은 그리움이 당신이었으면’으로 나누어져 있다. 가장 먼저 시인이 노래하는 것은 ‘어머니’에 대해서다. 젊어 혼자되셔서 4남 1녀를 홀로 가르치고 먹이며 한평생 고생하신 어머니를 위한 기록, 또는 헌사다.

 

“이 정도는 해야 공부를 시켜 주신 어머니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하며 어머니에 대한 시를 쓰게 됐어요. 그래서 1권에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많답니다. 지금 돌아보면 어머니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했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평범했던 일상들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죠.”

 

▲ 도서 ‘그때는 당신이 계셨고 지금은 내가 있습니다(어른의 시간, 156p, 2018)’의 표지.  © 이동화 기자


1권에 수록된 ‘역모’라는 작품에는 어머니가 떠나시던 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퇴원을 앞둔 어머니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는 형제들 사이에서 요양원으로 모시자는 모의가 오갈 때, 어머니는 갑작스레 하늘길을 떠나셨다. 그날의 분위기와 어머니에 대한 마음은 담담한 시어로 그려지지만, 독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어머니와의 마지막 순간이 가장 가슴에 남아 있어요. 퇴원을 준비하다가 갑자기 상황이 악화되어 설날에 세상을 떠나셨어요. 눈을 감고 계셨지만 끝까지 의식이 있었어요. 어머니의 영혼이 마치 안개처럼 피어올라 사라져가는 듯했지요. 평안한 모습으로 자식들에게 둘러싸여 떠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어요.”

 

어느덧 노년의 나이를 향해가는 전병석 시인은 그때의 당신처럼 나이 들어가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에 대해 사유하고 있다. 시를 쓰는 일 외에는 등산과 하모니카를 즐기고, 정년까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려 한다. 퇴직 후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비롯해 세계 여러 곳을 자유롭게 여행해보고 싶기도 하다. 여행을 다녀온 다음에는 시골에서 책도 읽고, 시를 쓰며 살고자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상해에 있는 여러 근대 역사적 장소나 인물들에 관한 시를 쓰고자 한다. 김구, 윤봉길, 임시정부청사, 만국공묘, 홍구(루쉰)공원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중국을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시로 남기려는 계획이다. 이를 묶어 3번째 시집을 발간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최소 5권의 시집을 발간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다.

 

“세월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어요. 통나무처럼 그저 물살에 떠내려가는 것이 아닌,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면서요.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더 자주 크게 웃었으면 합니다. 시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시와 삶을 나누는 일을 하고 싶네요. 몸과 영혼이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꿈을 꾸셨으면 해요. 내가 가진 것들로 이룰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꿈을 꾸셨으면 좋겠습니다.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이 두려움이 아닌, 힘이 되도록 당당하게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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