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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시니어 그림책’ 시리즈 ① 백화현 작가

“그림책으로 시니어 독서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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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화 기자
기사입력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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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그림책을 기획한 백화현 씨  © 이동화 기자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사실 모든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에요. ‘어른 그림책’이라고 하면 어감이 이상하니, 시니어 그림책이라고 이름 붙였죠.”

 

시니어 그림책 전문 출판사 ‘백화만발’에서 지난 10일 출간된 3권의 책을 기획한 백화현(62) 씨의 말이다. 백화현 씨는 중학교 국어교사 출신으로, 지난 2002년부터 아이들을 위한 독서운동을 해왔다. 2015년 교직에서 퇴직한 이후에는 더욱 다양한 이들을 대상으로 독서운동을 전개했는데, 이때 어른들을 위한 ‘읽기 쉬운 책’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 어른이라고 꼭 글이 빽빽한 책만 읽어야 하나요?

 

“퇴직 이후 학교 밖으로 나와서 어른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글 읽는 것을 힘들어하는 어른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어른들을 위한 책이 없었어요. 대부분이 글을 잘 읽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죠. ‘아, 학교와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백화현 씨는 교직생활을 하며 우리나라 교육이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있다는 점을 절실하게 체감했다. 같은 중학교 2학년생일지라도 개인마다 다른 수준의 문해력을 갖고 있는데, 모두가 같은 교과서로 공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교재가 다양해야 해요.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야단을 치는 것은 교육이 아니에요. 그 아이는 못하니까 못하는 거고, 그 아이들이 할 수 있게끔 수준을 낮춰주는 것이 옳아요. 잘하는 아이는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요. 교재를 다양화해서 아이들이 직접 찾아서 읽고, 발견한 것들을 나눠야 해요. 선생님은 필요할 때만 개입하고요. 그런 교육이 모든 아이들에게서 배움과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어요.”

 

그녀가 학교 밖 사회에서 만난 어른들도 아이들과 비슷했다. 빽빽한 글도 술술 읽는 이가 있는가 하면, 글밥(책에 들어있는 글자의 수)이 많은 책은 시도조차 못하는 이가 있었다. 하지만 시중의 책들은 대부분 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글을 잘 못 읽는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책이 없으니 그들은 아예 책을 안 읽어버려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도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글자가 작은 책들은 읽기 힘들어하셨고요. 그래서 다양한 책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가 ‘글밥이 적고, 글자는 크고, 그림이 있는 책을 만들면 안 되나?’하고 생각했어요.”

 

어른이라고 꼭 글자가 작고, 글밥이 많은 어려운 내용의 책들을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탄생한 그림책 시리즈에는 ‘시니어 그림책’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시니어뿐만 아니라 모든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주제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 사실적으로, 그러나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어른들의 삶’

 

▲ (왼쪽부터) 시니어 그림책 시리즈 1권 ‘할머니의 정원’, 2권 ‘엄마와 도자기’, 3권 ‘선물’     ©이동화 기자

 

시니어 그림책은 상상력이 풍부하게 가미된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과 달리, 어른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도 다양해 여러 세대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구성됐다. 1권 ‘할머니의 정원(글 백화현/ 그림 김주희)’, 2권 ‘엄마와 도자기(글 백화현/ 그림 백한지)’, 3권 ‘선물(글·그림 김은미)’에도 각각의 주제를 담았다.

 

“전체 시리즈를 여는 1권의 서문에 ‘나이 들어가는 모든 이들에게’라고 적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늙어가고 나이 드는 것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문제거든요. 저는 시니어 그림책을 통해 우리가 나이 들면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다루려고 했어요.”

 

1권에서는 시니어들의 외로움·경제적 자립·배움·우정 등에 관해 다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나이가 들면서 더욱 심해지는 필연적인 고독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것이다. 2권에서는 남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대해 다뤘다. 현대화될수록 경시되는 숭고하고, 가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하려 했다. 3권에서는 7080세대의 엄마의 삶을 다뤘다. 부모 세대에게 전하는 헌사와 같다.

 

“이런 내용들을 통해 시니어들끼리 모여서, 또 여러 세대가 함께 모여서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림책이기 때문에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죠.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올 예정인데, 다양한 주제를 다룰 거예요. 한옥과 같이 오래된 것들, 자수·민화 등 시니어들이 친근하게 느낄만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 은퇴 후 아버지의 삶, 치매 등등 우리 어른들이 겪는 여러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려고요.”

 

얼핏 보면 가벼운 동화책 같지만, 속에는 생각보다 깊은 주제들이 담겨있는 것이다. 특히, 시니어 그림책은 읽을수록,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 깊이가 드러난다. 독자들의 역량에 따라,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여러 갈래로 해설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꺼풀, 두 꺼풀, 계속해서 벗길 수 있는 이야기들이 문학작품이 돼요. 시니어 그림책은 단순하게 읽는 독자는 얼마든지 단순하게 읽고서 감동을 느낄 수 있고, 깊게 읽는 독자들은 또 다른 발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요. 읽는 사람에 따라 천 갈래, 만 갈래로 제각기 해석할 수 있는 작품성이 있는 책, ’시니어 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될 수 있는 작품을 지향하고 있죠.”

 

겉으로는 따뜻한 이야기이지만, 생각해볼수록 이야기를 나눌 거리가 많은 ‘그림책’에 대해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백화현 씨는 직접 글을 써서 보여주기로 했다. 그간 여러 가지 글을 많이 써왔고, 국어교사로서 소설 지도를 했던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56세에 남편을 떠나보낸 언니를 곁에서 지켜봤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고,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1권 ‘할머니의 정원’의 글을 썼다.

 

“계속해서 책을 읽고, 공부해왔던 사람이라면, 시니어 그림책을 위한 이야기는 쓰기 어렵지 않아요. 아주 전문적인 글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작가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림작가를 섭외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어요. 앞으로도 그 점이 걱정이에요.”

 

■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문화로 풀어가는 시니어 문제

 

시니어 그림책은 책을 펴내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림책의 역할은 시니어 독서운동을 위한 ‘마중물’으로, 시니어들이 독서를 쉽게 즐길 수 있게끔 돕는 것이다. 때문에 백화현 씨는 함께 독서운동을 하던 활동가들을 글 작가로 섭외했다. 글 작가로 변신한 독서운동가들이 비독자 시니어들을 독자로 끌어내는 문화를 이끌어주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웅크리고 있는 시니어들에게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시니어 그림책을 기획한 백화현 씨     ©이동화 기자


“저한테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에 대한 소재가 많아요. 하지만 제가 모든 글들을 다 쓰지 않는 이유는 이 활동이 ‘독서운동’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빠른 속도로 시니어 독서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독서운동을 함께해줄 활동가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미 여러 도서관과 마을회관 등지에서 진행 중인 시니어 독서모임에서 활동가들이 쓴 그림책으로 토론을 하고, 적적한 시니어들에게 읽어주며 하나의 독서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백화현 씨가 그리는 큰 그림이다.

 

“시니어들을 위한 일차원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주면서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시니어들이 불편하거나 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큰 꿈을 꾸고 있어요, 이제 막 시작했지만요.”

 

고령화 사회에 시니어들의 문제는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나서서 나이들에 관한 이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시니어 독서모임은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니어들에게 희망의 문을 열어주고, 나아가 시니어 문제를 해소하는 것 말이다.

 

“저는 원래 아이들을 위한 독서운동을 해왔던 사람이에요. 거기서 시니어들로 대상이 확대된 것이고요. 글을 잘 못 읽는 사람에게 위선의 탈을 쓰고, 잘 읽는 것처럼 꾸며 내게끔 하는 것이 진정 그를 위하는 일인가 질문하고 싶어요. 스스로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시작하면 돼요. 배우려고 노력하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어요. 저는 그런 것이 이뤄지는 독서운동, 바로 문화운동을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에 독서모임을 30만 개쯤 만드는 것이 제 목표예요. (웃음)”

 

시니어 그림책을 출판한 ‘백화만발’은 한자로 ‘百花晩發’, 온갖 꽃들이 뒤늦게 활짝 핀다는 뜻이다. 원래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활짝 핀다는 뜻의 ‘百花滿發’에서 ‘가득 찰 만(滿)’자를 ‘늦을 만(晩)’으로 바꾼 것이다. 김경집 인문학자가 시니어들을 생각하며 붙여 주었다는 이 이름처럼 시니어들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세상, 더 넓은 세상을 만나 만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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