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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저출산 고령화가 낳은 新시장…아이를 위한 제품, 노인에게 판다

분유, 기저귀, 매트 등 유아 용품이 노인 제품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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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지 기자
기사입력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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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뉴스(100NEWS)=송현지 기자]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점심에는 두 발로 걷고,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다. 정답은 ‘사람’이다. 아이는 직립보행을 하기 전까지 네 발로 기어 다니다가 서서히 두 발로 서서 걷기 시작해 어른의 모습을 갖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하체에 힘이 없어지면 두 발을 지탱하기 위해 지팡이에 기댈 수밖에 없는 노인이 되어간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 없듯이,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늙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도 이미 늙어가고 있다. 출산율 '1'명의 지탱선이 2018년 이미 무너져 지난주 발표된 올해 3분기 출산율이 0.88명으로 역대 최저를 찍었다. 반면 베이비부머가 퇴직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져 65세 이상 고령자의 수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7년 고령인구 비율이 14%를 넘어가 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은 통계청 추산으로 2026년엔 고령자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인구 피라미드 구조가 급격히 변해가는 시점에 영유아를 타깃으로 한 산업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인구’인데 영유아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에잇포켓 전략(한 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는 물론, 양가 조부모, 이모, 고모, 삼촌까지 8명이 지갑을 연다는 의미)이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아이 1명에게 쏟아 붓는 돈의 규모를 키우려는 프리미엄 전략이다.

 

그런데 노인들이 꼭 손자 손녀만을 위해 지갑을 열어야 하는가? 스스로의 삶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요즘의 ‘액티브 시니어’들에겐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신에게 투자하려는 욕구도 공존한다. 그렇기에 ‘고령 친화 상품’의 등장이 반갑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5년 발표한 '고령친화산업 시장 동향'에 따르면 2012년 27조 3,809억원이었던 시장이 연평균 13%의 성장률로 2020년에는 72조8,305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 매일유업이 선보인 '셀렉스' 상품 모습.     © 제공=매일유업

 
이에 발맞춰 영유아 물품을 생산하는 회사들도 그들의 노하우를 살려 노인을 위한 제품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에서는 아기들이 마시는 분유에 영양 성분을 재구성해 노인용 분유를 생산해 대박을 쳤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일유업이 지난해 ‘셀렉스’라는 성인용 분유를 내놓았다.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영양식이다. 기저귀를 차는 노인은 이제 놀랍지 않다. 요실금 패드의 경우 기능성뿐만 아니라 ‘핏’도 살리는 식으로 스타일을 놓치지 않는다. 과거 요실금 때문에 외출에 제약을 받았던 노인들이 기저귀를 차고 활동이 자유로워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10월에 열린 ‘시니어라이프복지박람회(SENDEX)’에서도 영유아 관련 회사들이 시니어를 위해 개발한 제품들을 다수 선보여 방문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영유아 매트를 생산해온 (주)크림하우스프렌즈는 건국대학교 의학공학과와 공동 개발하여 노인용 낙상 방지 매트를 출시했다.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퍼즐리아의 ‘구슬 퍼즐’과 열손가락을 활용해 대뇌피질을 자극하는 ‘핑펜’ 등도 함께 전시됐다. 이 제품들의 원래 타깃은 두뇌 계발을 필요로 하는 영유아 아동들이었으나, 시장의 흐름에 맞게 시니어들에게도 맞춤형으로 선보인 케이스다.

 

고령 맞춤 용품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고심해야할 지점이 있다. ‘진정 시니어들이 원하는 제품인가?’에 대한 대답이다. 이러한 상품이 주의해야 할 것은 ‘낙인찍기’이다. 노인용 제품을 사용하면 ‘나는 노인이다’라는 것을 증명하게 되는 셈이라 오히려 선뜻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케찹으로 유명한 회사 '하인즈'가 노인용 죽을 만들어 팔았다 쪽박을 찬 이유는 노인들은 절대 계산대에 이 제품을 올려놓지 않기 때문이다. 이걸 계산하는 순간, '이가 다 빠진 노인네’가 되는 셈이다. 이같은 낙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함께 우회적인 브랜드 마케팅도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영유아 시장은 위축되겠지만, 돌파구는 있다. 시니어들에게 유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그것이 시니어들의 욕구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선행된다면, 시장의 모양새는 바뀌겠지만 시장이 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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