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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일상 속 수많은 거짓말, 석파정 서울미술관 ‘보통의 거짓말’

‘나’로 시작해 사회, 국가로 확장되는 현대사회의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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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화 기자
기사입력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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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파정 서울미술관이 지난 8일 ‘보통의 거짓말(Ordinary Lie)’ 전의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동화 기자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배운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 가령 힘들지만 ‘괜찮다’고 말해야만 할 때, 사회생활을 하며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써야만 할 때, 밝히고 싶지 않은 사실을 적당히 숨길 때 등등 자의로 또는 타의로 수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 선의의 거짓말인 ‘하얀 거짓말’, 악의가 담긴 ‘까만 거짓말’, 터무니없는 ‘새빨간 거짓말’ 등 거짓말의 종류도 다양하다. 

 

석파정 서울미술관(이사장 서유진)은 지난 8일 우리의 삶 속에 가득 차 있는 거짓말에 대해 탐구해보는 ‘보통의 거짓말(Ordinary Lie)’ 전의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오는 2020년 2월 1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서울미술관 2019년 하반기 대형 기획전으로 진행되며, 총 23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일상 속 거짓말을 주제로 한 회화, 사진, 영상, 미디어 아트 등 현대미술 전 장르 약 100여 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영화 ‘트루먼 쇼(1998)’의 마지막 장면을 오마주한 하늘로 향하는 계단과 문     © 이동화 기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늘로 향하는 계단과 문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바로 영화 ‘트루먼 쇼(1998)’의 마지막 장면을 오마주한 연출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트루먼(짐 캐리 분)이 거짓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탈출했던 것처럼 관객들도 거짓으로 점철된 공간에서 탈피했으면 하는 의도가 담겼다.

 

▲ 국어사전 형식으로 구성된 ‘보통의 거짓말’ 전의 인트로     © 이동화 기자

 

전시의 시작점에서 만나는 국어사전 형식의 인트로는 관객들이 기획의도 및 콘셉트 등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끔 구성됐다. 서울미술관 측은 새롭게 정의된 전시명에 대해 설명하며 “보통의 거짓말’이 의미하는 것은 자기방어를 위한 변명일 수도, 사회적 처세술일 수도, 군중을 선동시키려는 말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파트 0’부터 ‘파트 3’까지 총 4개의 섹션으로 구분되며, 인류의 첫 거짓말부터 나, 타인과의 관계, 국가와 사회의 거짓말로 점점 범위를 확장하며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이번 전시는 스토리텔링 기반 전시기획 방법인 ‘스토리파이웨이(Storify-Way)’ 형식으로 구성돼 어려운 현대미술 작품들을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 Part 0.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 한 입 베어 문 사과로 상징되는 ‘Part 0.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 이동화 기자


‘파트 0’에서는 선악과에 손을 댄 하와가 했던 인류 최초의 거짓말을 주제로 삼고, 아담과 이브를 통해 인류의 거짓말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다룬다. 각 섹션의 초입에는 해당 섹션의 주제를 아우르는 상징 마크가 붉은 네온사인으로 빛나고 있는데, 전시의 인트로 격인 ‘파트 0’의 시작점에는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 릴리아나 바사라브, ‘아담과 이브(Adam and Eve, 2009)’     ©이동화 기자

 

루마니아 작가 릴리아나 바사라브의 ‘아담과 이브’라는 영상작품은 ‘아담이 이브가 건네는 선악과를 받지 않았다면 인류는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영상 속 이브는 붉은색 선악과를 아담에게 건네지만 아담은 선악과를 먹지 않고, 영상은 30초마다 반복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회의 관습과 규율을 타파하는 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선한 마음을 가진 개인이 사회 구조 속에서 양심을 속이지 않고, 진실되게 살아가는 것이 생각보다 고된 일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 전시의 테마 색상인 붉은색 조명과 네온사인을 활용한 구조물     © 이동화 기자

 

금기를 어기고, 자기 합리화된 거짓으로 부끄러움을 알게 된 붉은 얼굴의 현대판 아담과 하와를 그린 유민정 작가의 작품을 감상한 후에는 ‘파트 1’으로 향한다. 붉은 조명이 ‘보통의 거짓말’이라는 전시명을 비추며 본격적인 전시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 SNS에 대한 풍자를 담은 캡션     © 이동화 기자

 

전시장 곳곳에는 붉은 조명과 네온사인 등을 이용한 다양한 구조물들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붉은색과 하얀색은 이번 전시의 테마 색상으로 ‘빨간 거짓말’과 ‘하얀 거짓말’에서 착안했다. 각 작품에 관한 캡션은 유쾌하고 재치 있게, 또는 풍자적으로 전시장 바닥에 적혀 있다. 캡션 역시 붉은 조명이 비추고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Part 1.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파트 1’에서 다루는 것은 개인의 거짓말로, ‘나’를 중심으로 내 삶에 거짓말이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탐구한다. 중국 작가 장즈의 작품에서는 중국의 가수 겸 배우 질리안 청이 웃는 듯 우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질리안 청은 과거 ‘진관희 스캔들’로 인해 강제 은퇴를 했다가 약 1년 후 복귀했다. 아픔을 극복하고 복귀한 질리안 청은 해당 작품의 제작에 참여했다.

 

▲ 장즈 작가의 작품 ‘0.7% Salt(2009)’에 대한 캡션     © 이동화 기자

 

이 작품은 캡션이 아주 인상적이다. 붉은 조명으로 강조된 ‘연예인은 공인이니 그 책임도 공인이 지는 책임과 동일해!’라는 캡션은 미디어 속에서 개인적인 감정과 사생활이 거세된 채 살아가는 수많은 연예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 진효선, ‘축 졸업(2017)’     © 이동화 기자


언뜻 보면 평범한 졸업사진처럼 보이는 작품은 진효선 작가의 작품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머리가 형형색색의 사탕으로 표현된 것을 알 수 있다. 원하지 않지만 사회와 제도에 의해 그럴듯해 보이는 옷을 입고, 의젓한 모습을 강요당한 아이들은 착한 어린이의 모습을 한 채 유치원 졸업사진을 찍고 있다.

 

작가는 유치원 졸업이 사회와 제도에 의해 포장된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던 첫 순간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유치원을 졸업하며 처음으로 타인의 잣대와 강요를 통해 사회가 정한 틀 속에 끼워지고, 비로소 사회가 원하는 ‘달콤한’ 얼굴을 갖게 된다. 이 작품의 캡션은 ‘엄마가 좋아하니까 저는 행복해요’이다. 달콤한 사탕 머리를 한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올 법한 문장이 붉은 조명을 받아 섬찟하게 느껴진다.

 

■ Part 2.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제 전시는 인류의 거짓말에서 개인의 거짓말,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의 ‘거짓말’로 접어든다.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관계 속에는 수많은 거짓말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인들이 가장 익숙한 거짓말이 있다. 바로 나이에 대한 거짓말이다.

  

▲ 석파정 서울미술관 관계자가 이해강 작가의 작품 ‘Mashed Potato(2019)’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동화 기자


이해강 작가는 한국인들 사이에 공유되는 독특한 개념인 ‘빠른 년생’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다. 작가는 하나의 형태가 다른 하나의 형태로 변화하는 애니메이션 기법인 모핑(Morphing) 기법을 활용해 12간지 동물들을 두 개씩 섞었다. 이도 저도 아닌 일그러진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빠른 년생’으로 인해 친구 사이, 선후배 사이 등 관계 속에서 경계가 모호해졌던 상황들이 떠오른다.

 

또 하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깨닫게 되는 가장 익숙한 거짓말은 바로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동화 속의 달콤한 세계에 빠져들어 행복해했다. 그런데, 그 동화 속 공주님들은 왕자님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했을까? 잘생기고 젠틀한 왕자님은 공주님과 결혼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

 

▲ 로돌포 로아이자, ‘Magic-Metro Sex(2017)’     © 이동화 기자

 

멕시코의 로돌포 로아이자 작가는 동화가 끝난 후 현실로 돌아온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렸다. 현실 세계와 마주친 공주들은 ‘사랑(LOVE)’을 깨부수고, 다른 공주와 입 맞춘다. 헤라클레스는 울근불근 근육을 위해, 왕자님은 젊음을 위해 약물을 주사한다.

 

이들은 관습적인 이성애자의 해피엔딩을 타파하고, 술·마약·허영심 등 현실 세계의 해악에 취약한 모습까지 보인다. 작가는 달콤한 동화 속 주인공들의 현실 속 모습을 통해 편견이나 공포증을 넘은 진정한 ‘해피엔딩’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 Part 3.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개인’에게서 시작됐던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커져 사회와 ‘국가’에까지 이르렀다. 불과 10년,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전체주의적, 국가 중심적 사고관이 팽배해 있었다. ‘파트 3’에서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규칙들을 지키게 하기 위해 얼마나 수많은 거짓말들이 개인을 지배해왔는지 돌아본다.

 

▲ 김태은, ‘집단 텔레비전(2017)’     © 이동화 기자


김태은 작가는 무수한 텔레비전과 거대한 안테나에 미디어의 진짜 모습을 투영했다. 내부의 기판과 회로를 그대로 드러낸 텔레비전을 통해 기계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도 욕망도 담겨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조형물 맞은편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만화 ‘태권 브이’와 ‘똘이 장군’의 대형 포스터를 걸었다.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을 청사진으로 재현한 것으로 국가와 사회가 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통제했었는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인간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 ‘미디어’가 그것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 악용되거나 선동의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 조성현, ‘SQUARE 1-2(2018)’     © 이동화 기자

 

전시의 마지막 작품은 조성현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는 3면에 거울을 설치하고, 중앙에 1평 넓이의 정사각 입방체를 두었다. 빛과 소리에 의해 무한대로 확장되는 공간에는 10명의 역대 대통령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라는 동일한 문구로 시작되는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가 무한대의 공간 속에서 연속으로 재생된다.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반복되는 음성 속에 어떤 진심과 진실이 숨어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 오는 2020년 2월 29일까지 개최되는 설은아 작가의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전     © 이동화 기자

 

‘보통의 거짓말’ 전을 모두 관람하고 나면, 설은아 작가의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오는 2월 29일까지 개최되는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는 인터랙티브 감성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전시장에 놓인 공중전화 부스와 아날로그 전화기를 통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진실과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

 

▲ 과거에 녹음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전화기     © 이동화 기자

 

공중전화 부스에서는 개인적인 추억과 진솔한 이야기들을 속시원히 풀어놓을 수 있으며, 이따금 벨 소리가 울리는 아날로그 전화기에서는 과거에 녹음된 누군가의 이야기들이 랜덤으로 흘러나온다. 본 전시인 ‘보통의 거짓말’ 전시의 스토리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거짓말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어떤 비난이나 충고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후련하게 털어놓고,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마음을 보듬어준다.

 

한편,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도서출판사 ‘열린책들’과 함께 가을 시즌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신간도서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열린책들 펴냄)’ 속 문장들을 단풍이 물든 ‘석파정 독서로드’에서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흥선대원군의 별서 석파정(石坡亭)에서는 가을맞이 단풍놀이축제, 석파정 스탬프 투어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측은 “‘보통의 거짓말’ 전을 포함한 모든 전시 입장권은 한 장의 통합 티켓이다. 티켓을 구입한 달에는 횟수 제한 없이 언제든 재관람이 가능한 월간구독 티켓으로, 한 장의 티켓으로 2019 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단편전시회’, 신관전시까지 함께 관람할 수 있다”라며, “연말연시가 다가오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한 해를 돌아보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되는 ‘보통의 거짓말’ 전의 공식 포스터     © 제공=석파정 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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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전시명: 보통의 거짓말(Ordinary Lie)

전시기간: 2019년 10월 29일~2020년 2월 16일

관람시간: 본관(M1) 10시~18시/ 신관(M2) 및 석파정 11시~17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관람료: 성인 11,000원/ 우대·학생(초중고) 7,000원/ 어린이(36개월 이상)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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