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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젊음은 무엇인가요, ‘언발란스’ 김가람 작가

“작품을 통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론의 장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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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화 기자
기사입력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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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가람 작가가 취재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동화 기자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저는 보통 그 시대의 이슈, 또는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해 보게 할 수 있는 사회적인 함의를 담은 주제들을 다뤄요. 매체는 퍼포먼스나 미디어, 그리고 설치 등을 활용해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느낄 수 있는 작업을 주로 해왔죠.”

 
㈜코리아나 화장품에서 운영하고 있는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유승희)이 오는 11월 9일까지 진행하는 ‘아무튼, 젊음’ 전에 참여 중인 김가람 작가를 만났다.
 
코리아나미술관은 그간 모기업인 ㈜코리아나 화장품의 정체성을 반영해 ‘신체(body)’와 ‘여성(women/femininity)’ 담론연구를 바탕으로 한 현대미술 전시를 기획해왔다. 한 해에 두 번, 봄과 가을에 기획전을 마련하는데, 올해 가을 기획전은 젊은 신체에서 출발해 나이 듦에 주목했다.
 
전시에는 산야 이베코비치, 곽남신, 조니 사이먼스, 마사 윌슨, 전지인, 주디 겔스, 존 바이런, 줄리아 샬럿 리히터, 김가람, 셀린 바움가르트너, 아리 세스 코헨, 입자필드(Particlefield), 신디 셔먼 등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국내외 작가 13인(팀)이 참여했다.
 
■ 고령화 사회에서의 ‘젊음’
 

▲ 김가람, ‘언발란스(Unbalance, 2019)’     ©이동화 기자

 
김가람 작가는 ‘언발란스(Unbalance, 2019)’라는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로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언발란스’는 한쪽에만 바퀴가 달린 짝짝이 롤러스케이트에 ‘젊음’을 비유한 작품이다. 주로 사회문화적인 이슈를 다루는 작품에 도전하는 그녀는 점차 고령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젊음’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젊음’이라는 주제 자체가 현시대에서 고민할 지점이 많은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모두들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주제면 새로운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고,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했어요”
 
‘젊음’을 상징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언발란스’의 짝짝이 롤러스케이트가 나타내는 것은 젊음의 불안정성과 사회구조의 불균형이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짝짝이 롤러스케이트를 통해 아슬아슬한 20대의 젊음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관람객들은 본인이 돌아가고 싶은 시대의 유행가를 선택해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는데, 각자가 기억하는 젊음의 음악을 통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음악은 7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대별로 유행했던 음악 중 팝송 또는 한국 노래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각 시대별로 1위를 했던 댄스음악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한번 젊음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들으면서 롤러스케이트를 타시는 거예요. 포인트는 이어폰을 통해서 음악이 들리니까 본인만 신난다는 거죠. 사실 미술관 내부가 굉장히 조용하잖아요. 여기서 관람객분들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가 돼요. 관객이 직접 주인공이 되는 무대라고 할 수 있죠”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짝짝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젊음의 무대’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짝짝이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조용히 생각하는 관람객이 있는가 하면,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관람객도 있었다.
 
“요즘에도 롤러스케이트장이 있지만, 젊은 친구들의 전유물같이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롤러스케이트를 좋아해도 나이 때문에 가지 못하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미술관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장소거든요. 시니어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쑥스러워하시는데, 오히려 체험 후에는 반응이 훨씬 폭발적이에요. 음악을 통해서 과거 회상도 하시고, 굉장히 행복해하시죠.”
 

▲ 김가람 작가의 ‘언발란스(Unbalance, 2019)’에 사용되는 짝짝이 롤러스케이트     © 이동화 기자


짝짝이 롤러스케이트를 타면서 각자 생각하는 ‘젊음’의 정의도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바퀴가 달린 롤러스케이트를 자신의 젊은 시절에, 바퀴가 없는 쪽은 현재 나이 든 모습에 비유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이는 어린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똑같이 타기 어려웠다고, 젊을 때이든 나이가 들고나서든 ‘젊음’은 불안하고 낯설기 매한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짝짝이로 롤러스케이트를 타지는 않잖아요. 저는 짝짝이 롤러스케이트를 사회 구조의 불균형, 젊음의 불안정성을 생각하며 만들었지만, 체험하시는 관람객들이 느끼는 것은 다 다르거든요. 이런 것들을 같이 공유하면서 자신만의 ‘젊음’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한 기준은 과거보다 모호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사회는 오히려 ‘젊음’을 더욱 갈구하고 있다. 젊은 시절과 다름없이 아름다운 미모와 강인한 몸매를 뽐내며 젊게 살아가려는 시니어들이 더 이상 드물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젊음을 요구하는 사회, 마치 나이 듦은 어딘가 부족한 듯 여겨지는 사회의 문제점을 되짚어보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젊음과 나이 듦의 기준은 스스로 어떻게 가치판단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와 상관없이 내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면 계속 젊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작품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론의 장’
 
“미술관이라고 하면, 작가나 작품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렵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언발란스’라는 작품은 10대부터 60대까지 모두가 함께 체험해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저는 나이와 관계없이 미술관 안에서 신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김가람 작가는 이전부터 꾸준히 관객 참여형 작품을 만들어왔다. 대표작은 ‘아젠다 헤어살롱(2014)’, ‘#SELSTAR(셀스타, 2016)’ 등으로 모두 관람객이 직접 주인공이 되는 무대였다.
 
‘아젠다 헤어살롱’은 전시 공간을 미용실로 바꾸고 작가가 직접 머리를 잘라주는 프로젝트였다. 머리를 자를 때 어깨에 두르는 커트보에는 머리를 자르는 동안 이야기를 나눌 주제가 적혀 있었다. 주제는 전시가 개최되는 장소나 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는데, 관람객이 직접 원하는 주제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작품을 위해 미용을 배웠어요. 커트는 삭발부터 다듬기까지 원하는 대로 직접 해드리고, 관람객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는 기회를 갖는 거예요. 사람들과 함께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저의 소망이기도 해요. 이렇게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전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또 다른 작품 ‘#SELSTAR’는 전시장 인증숏과 관련된 작업이었다. ‘Selstar’는 ‘셀피(selfie)’와 ‘인스타그램(Instagram)’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서 셀피를 올릴 때 주로 사용하는 축약어다. 핑크색의 전시장에 ‘#SELSTAR’를 빌보드 글자판으로 만들어 조명을 설치했다. 뒷면에는 메이크업을 위한 화장품과 거울을 준비했다. 그야말로 ‘셀피’를 위한 공간을 만든 것이다.
 
요즘에는 많은 전시장에서 사진촬영을 허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셀피를 찍을 수 있게끔 꾸며 놓기도 하고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시장은 데이트 장소로 인기를 끌기도 한다. 김가람 작가가 작품을 준비하던 당시는 한창 미술관들이 전시장에서의 사진촬영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다.
 
“아예 셀피를 위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공간에서 화장을 하고, 셀피를 찍고,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는 것까지가 제 작업이었죠. 그 자체가 설치 구조물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업이었어요. 주로 저는 이렇게 제가 주인공이 되기보다 관람객이 직접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작업을 해오고 있답니다.”
 
김가람 작가는 앞으로도 다양한 매체들을 활용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계획이다. 그때그때 변화하는 시대와 사회적 분위기에 알맞은 주제들로 작품을 만들고, 여러 사람들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려 한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작가’는 되지 않으려 한다.
 

▲ 김가람 작가가 취재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동화 기자

 
“AI가 패턴을 인식해서 예상한 다음에 반응하잖아요. 근데 저는 AI가 예측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꿈이에요. 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업들을 좋아해서 앞으로도 이렇게 작품을 꾸며갈 예정이에요. 하지만 ‘그럼 다음 작업은 이런 것을 하겠지’하고 예상할 수 있는 작가가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늘 생각해요. 그럼 너무 재미없는 작가가 될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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