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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보디빌더 ‘임종소’ 시니어… “척추협착증으로 걷지도 못했다”

“나이 많아도 도전할 수 있어요. 자신감을 잃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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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화 기자
기사입력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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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 피규어 38세 이상부에서 2위를 차지한 ‘할머니 보디빌더’ 임종소(75) 시니어가 운동을 하고 있다     ©이동화 기자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35년간 뛰어다니던 사람이 걷지도 못한다니, 진짜 세상 다 살았다 싶었죠” 
 
2년 전, 척추관협착증으로 오른쪽 다리에 통증이 생겨서 걷는 것조차 힘들었던 임종소(75) 시니어의 이야기다. 한때는 통증이 너무 심해 계단을 오를 때면 난간을 붙잡고, 거의 매달리다시피 걸어야 했다. 전동휠체어를 구매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녀는 지난 5월 ‘제24회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 피규어 38세 이상부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했고, ‘할머니 보디빌더’라는 별명도 얻었다.
 
■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절실함
 
임종소 시니어는 나이가 들면 훈장처럼 한두 가지씩 먹게 되는 혈압약, 당뇨약 등 먹는 약도 없이 여태 건강하게 살아왔다. 워낙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 35년간 어느 곳을 가든 에어로빅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왔다. 먹는 음식은 말해 무엇할까. 원래 식성이 기름지고 몸에 나쁜 음식들 보다 채소 같은 건강한 음식들을 좋아했다.
 
하지만 건강한 줄 알았던 그녀의 몸도 녹슬고 있었다. 2년 전, 뇌에서부터 나와 하지로 내려가는 신경들의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오른쪽 다리로 가는 신경을 누르게 됐다. 임종소 시니어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반짝 나았다가 2-3일 후면 다시 아팠다.
 
척추관협착증의 원인은 ‘노화’였다. 의사는 나이가 들면서 겪는 노화의 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도 여느 ‘할머니’들과 같은 황혼을 걷고 있었다.
 
진짜 세상 다 살았다, 이제 좋은 시절은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죠. 35년을 뛰던 사람이 이제 걷지도 못하니까요. 계단에서는 난간에 매달려서 올라가야 했어요. 병원을 다녀도 아픈 다리가 낫질 않으니, 전동휠체어를 사야 하나 생각했어요”
 
그러나 임종소 시니어는 전동휠체어 대신 운동을 선택했다. 근육 운동으로 허리 근육을 강화시켜 주면 통증이 완화될 수 있다는 의사의 말 때문이었다. 그녀는 에어로빅을 할 때 스쳐 지나가며 보았던 헬스장을 떠올렸다.
 
“에어로빅 할 때에는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입구에 있던 ‘맞춤형 운동, 재활 운동’이라는 문구가 생각나서 방문했죠. 관장님과 상담을 했는데, 근육을 키우면 통증이 나아질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등록했죠”
 
이후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한 시간씩 PT(personal training, 개인지도)를 받았다. 효과는 한 달 만에 나타났다. 운동을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나자 다리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도 하기 힘든 근력 운동을 죽기 살기로 한 결과였다.

▲ 임종소 시니어가 취재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관준 기자


나는 이거 아니면 죽어’ 이런 절실함이 있어야 해요. 저는 ‘이번에 이거 못 고치면, 나는 휠체어 타야 해’라는 생각으로 정말 이를 악물고 했죠. ‘오늘 못하면 내일, 내일 못하면 모레 운동해야지’하는 생각으로는 나을 수 없어요. 근육이 생기면서 신경이 압박되지 않게 보호해서 더 이상 아프지 않았어요. 운동이 아무리 힘들어도 아파서 못 걷게 되는 것보다 낫죠”
 
더 이상 통증은 없지만, 운동을 그만두면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요즘도 꾸준히 PT를 받고 있다. 임종소 시니어의 말로 ‘색다른 근력 운동’을 통해 에어로빅으로도 느끼지 못했던 건강함을 느끼고 있다. 척추관협착증을 진단한 의사는 호전된 그녀의 상태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얼마 전에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저보고 ‘인간승리’라고 하셨어요. ‘운동으로 척추관협착증을 이겨 내기가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해내셨냐’고요”
 
사실 PT에 드는 돈이 적은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건강도, 활력도, 인생의 즐거움도 모두 되찾은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직접 PT에 드는 비용을 벌고 있다. 한마디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좋은 운동을 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자식들에게도 부담 주지 않고 말이다.
 

▲ 임종소 시니어가 운동을 하고 있다     © 이관준 기자


“운동할 때는 힘들지만, 하고 나면 기분 좋고, 내가 한 만큼 뿌듯함도 느껴요. 건강해지는 것도 느껴지고요. 제가 행복해하니, 아들도 ‘그렇게 만족하셔서 좋다, 고맙다’고 이야기해요. 정말 제가 75년 동안 살아온 인생 중에 이즈음이 제일 즐거워요. 아픈 것이 정말 무섭거든요. 아파서 걷지 못했을 때, 뼈저리게 느꼈어요”
 
■ 나이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할 것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통증이 사라졌고, 3개월 후에는 보디빌딩을 시작했다. 임종소 시니어가 원래 보디빌딩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아픈 것이 재발하지 않도록 꾸준히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작년 5월에 헬스장을 등록했는데, 3개월 후에 관장님이 본격적인 보디빌딩을 권유했어요. 처음엔 ‘내가 나이가 몇인데’하며 핀잔을 줬는데, 관장님은 진지하시더라고요. 저보고 근질이 좋고, 근육이 이쁘대요. ‘50대에도 흔치 않은 근질을 가졌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냥 귓등으로 듣고, 대회까지는 못 나간다고 그랬죠. 대회는 그저 ‘망신당하기 딱 좋은데’라고 생각했어요”
 
임종소 시니어가 보디빌딩 대회에까지 이른 데에는 박용인 관장의 힘이 컸다. 박용인 관장은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끈질기게 보디빌딩 대회를 추천했다. 결국 그녀는 지난 4월 ‘제7회 Mr.부천 보디빌딩 및 피트니스 선발대회’에 출전했다.
 
첫 대회의 무대에 서기까지도 많은 결심이 필요했다. 70대 중반인 임종소 시니어에게 ‘비키니’를 입고 무대에 서야 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반짝반짝한 비즈가 달려 있는 비키니의 금액도 상당했다.

“대회에서는 비키니를 입고, 15cm짜리 구두까지 신어야 하는데, 상상도 못했죠. 며칠을 망설였는지 몰라요. 비키니가 비싸니까 ‘비키니 살 돈 없어서 안 나간다’고 핑계를 대려고 했는데, 비키니를 빌려와주셨어요. 빌려온 비키니가 커서 여기저기 수선까지 했죠. 근데 이걸 입으려니까 끔찍하더라고요. 관장님이 ‘다른 사람은 입고 싶어도 못 입어요. 몸이 되시니까 입는 거예요’라고 설득을 해주셨죠. 그래서 눈 딱 감고 출전했어요”
 
‘15cm의 높은 구두를 신고, 비키니까지 입고서 무대에서 넘어지면 얼마나 민망할까’하는 생각에 첫 무대에서는 정신없이 포즈를 취하고 내려왔다. 무대에서 내려와 생각해보니 어떤 포즈를 취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나중에 대회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보고서는 너무나 아쉬웠다.
 

▲ 임종소 시니어가 운동을 하고 있다     © 이관준 기자


“너무 떨려서 첫 대회는 망쳤어요. 나중에 동영상을 봤는데, ‘아,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후에 관장님이 WBC에서 대회가 있다고 ‘딱 한 번만 더 해보자’고 권하셨어요. ‘한번 한 것 두 번 못하겠냐, 까짓거 한번 해보자. 한 번 실수는 있어도 두 번은 안된다.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하자’ 싶어서 제대로 각오하고, 준비했죠”
 
두 번째로 참가했던 ‘제24회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 피규어 38세 이상부에서는 당당하게 2위를 차지했다. 밤에도 자다가 나와서 포즈를 연습하는 등 정말 열심히 준비한 결과였다. 처음에는 대기하며 비키니를 입고 있는 것이 부끄러워 가운으로 온몸을 꽁꽁 싸매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가운을 입지 않은 젊은 친구들을 보고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다. 첫 대회와는 달리 창피한 것 없이 자신만만하게 대회를 치렀다.

“상상도 못했던 결과였어요. 원래 시니어부에 출전해야 하는데, 저처럼 나이 든 사람들이 없어요. 그래서 38세 이상부에 출전했는데, 그때는 40대도 없었어요. 30대와 겨룬 거예요. 저로서는 만족하다 못해 정말 기가 막히게 좋았죠. 그때의 기분은 요즘 애들 말로 ‘짱’이었죠. 붕 뜨는 기분. ‘아 나도 해냈구나, 할 수 있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감을 얻은 임종소 시니어는 앞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도전하려고 한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도전하고, 내년쯤에는 해외로 나가는 것도 꿈꾸고 있다. 한 달 전부터는 모델 수업을 받으며 워킹도 배우고 있다. 아련히 꿈꿨던 일을 도전해볼 기회가 생겼고, 그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다.
 
“넉넉지 않은 형편, 많은 형제들 틈에서 자란 세대잖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기도 했었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기회가 생겨서 도전해보려고요. 시니어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는 거죠. 뭐든 하기 싫은 것은 아무리 쉬워도 싫고, 어려운 것이라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면 즐거워요”
 
70대 중반의 나이에 새로운 꿈을 꾸고,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설령,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에서 수상을 하지 못했더라도 도전만으로 대단한 일이었다. 그녀도 상을 바라고 출전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나이가 많아도 꿈을 꾸고,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 임종소 시니어가 취재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관준 기자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할 때, 나이가 이렇게 많아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출전했었어요. 우리 동년배나, 그보다 덜하신 분들도 나이가 있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본인이 하고 싶은 꿈을 포기하지 말고, 도전을 하시라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강을 지키시고요. 나이가 많다고 포기하지도, 자신감을 잃지도 말고 사세요. 젊은 분들도요. 꿈을 이루는 데에 도전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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