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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나 이것 좀 도와줘" 디지털에 소외된 시니어들

디지털 정보화역량 수준 20대와 60대 3배 넘게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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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 기자
기사입력 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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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푸드점에 있는 무인자판기의 모습     © 최민정 기자


[백뉴스(100NEWS)=최민정 기자] "학생, 나 이것 좀 도와줘."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하면 이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최근 많은 패스트푸드점은 '무인결제기'가 들어왔다. 직원 대신 무인결제기를 통해서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 용산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결제기를 사용하는 시니어들의 모습     © 최민정 기자

 

패스트푸점에서 평균 60%의 매장이 무인주문기로 주문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앞에만 서면 시니어들은 작아진다. 어떻게 써야 될지 막막하고 용기 내서 손을 뻗으면 터치가 말썽이다. 용산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본지 기자와 시니어가 함께 터치를 해봤지만, 시니어가 터치를 계속함에도 불구하고 터치가 작동이 안 되어 첫 화면으로 돌아갔다.

 

또,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첫 화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메뉴 고민하다가 첫 화면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되면 뒷사람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긴 줄을 기다리는 사람의 눈치를 보다 옆으로 피한다.

 

그렇게 계속 망설이던 조아영 시니어(60)는 결국 옆의 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학생, 나 이것 좀 도와줘.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라고 난처한 표정으로 카드를 건넸다.

 

학생이 주문을 해주고 카드를 건네받은 조아영 시니어는 학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거듭 이야기했다. "마시고 싶은 거 하나 마시기도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한 조아영 시니어의 표정은 원하는 커피를 마시게 됐지만 행복한 표정은 아니었다.


유투버로 유명한 70대 박막례 시니어 또한 자신의 채널을 통해 이와 비슷한 내용인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박 시니어는 “나는 사람 있는 데서 먹고 너는 (무인결제기)에서 먹으면 안 되냐?”며 “카드 없고 기계 못 만지는 사람은 햄버거 먹고 싶어도 못 먹겠네. 자존심 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돋보기와 직원호출 기능도 작은 글씨로 명시되어 있다     © 최민정 기자


본지기자가 직접 무인결제기를 이용해본 결과 무인결제기에 이런 시니어를 배려한 '돋보기' 기능과 '직원호출' 기능이 있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직접 '직원호출'기능으로 직원을 호출하자 저 멀리 카운터에 있던 직원 "이쪽으로 오세요"라는 말만 할 뿐 와서 무인결제기로 와서 도와주지 않았다. '호출'이라는 본래의 뜻은 '수신자를 부르는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직원은 오는대신 멀리서 외치는 게 끝이었다.  직원의 부름에 패스트푸드점에 있던 많던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얼굴이 빨개지는 경험을 했다. 

 

▲ '돋보기' 기능을 누르니 저렇게 된 것이 끝이었다     © 최민정 기자


'돋보기'기능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돋보기 기능을 눌러보니 큰 동그라미가 생기며 그 안에 글자만 커졌다.  돋보기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큰 동그라미를 밀면서 올리니까 그제서야 원이 움직이고 다른 글자들이 원 안에 들어가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돋보기를 손으로  움직여서 보다 보니, 뒷사람들이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심지어 돋보기 기능은 하단에 작은 글씨로 쓰여있어 시니어들은 이런 기능이 있는지조차 발견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용산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고 있는 이진주씨(26)는 “많은 어르신분들이 불편해하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난처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저도 기분이 씁쓸해져요. 무인결제기에 주문하는 방법이 나와있어도 작은 글씨로 나와있어서 어르신분들이 보기 불편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 쓸 때 불편했는데 눈도 안 좋고 거동도 힘든 어르신분들은 더 불편할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전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시니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를 '고령화 사회'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최근 고령화 사회를 넘어 시니어 인구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18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이상 인구는 738만 1000명이다. 하지만 세상은 이 738만명을 기다려주지 않고 변화하고 있다.

 


2017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디지털정보화역량'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40대 이하의 경우에는 100%가 넘지만, 50대로 갈수록 점점 낮아진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디지털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낮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은 생각하지 않고 세상은 ‘편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불편함은 패스트푸드점에만 있는게 아니다. 은행, 영화관 등 많은 곳에서 무인결제기 를 사용하고 있다. 

 

▲ 매점전용 키오스크만 있고 직원들은 팝콘을 만드느라 정신없다     © 최민정 기자


최근 용산의 한 영화관 매점에서는 주문받는 직원은 사라지고 '매점 키오스크'라는 이름으로 무인결제기만 10대가 생겼다.직원들은 바빠 말을 걸기 힘들었다. 졸지에 시니어들은 매점이용이 힘들어졌다.

 

'키오스크'라는 영어를 사용해, 영어를 잘 모른다는 공점순 시니어(80)는 "이 나이에 키오스크라는 말이 뭔지 모르죠. 난 그냥 광고판인 줄 알았죠"라고 말하며 "손주들이랑 오면 (손주들이) 시켜주니까 먹지 혼자는 못하죠"라고 말하며 "쓸 엄두가 안나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인결제기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당장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인결제기를 늘리면 자칫하다 738만명의 시니어 손님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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