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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문턱 없는 나들이를 바란다, 교통약자 시니어들의 외침

65세 이상 교통약자 765만 명…외출 시 계단과 경사로 가장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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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솜 기자
기사입력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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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2호선 잠실나루역.     © 이다솜 기자

 

[백뉴스(100NEWS)=이다솜 기자]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는 쪽만 있고 내려가는 쪽은 없어서 힘들어. 엘리베이터 찾느라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걸어가는 것도 일이야.”

 

서울시 송파구 주민이라는 김영자(가명, 60대) 시니어가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집 앞에 있는 잠실나루역을 언급하며 “양방향이 아닌 (올라가는 방향만 있는) 에스컬레이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러 또 걸어야 한다. 어느 칸에서 가까운지 잘 알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7월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연령별 인구현황에 따르면, 송파구의 만 60세 이상 인구는 13만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 25개 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13일, 본지 기자가 만난 송파구 주민 시니어들은 외출하기 어려운 이유로 계단과 경사가 심한 경사로를 꼽았다. 이순옥(가명) 시니어는 “날씨가 더워서 백화점으로 피서 가기 위해 나왔다”며 “땀 내기 싫어서 밖에 나왔는데 이걸(지하철을) 갈아타다 보면 에스컬레이터가 없을 때가 있다. 그러면 엘리베이터를 찾느라 출발하기도 전에 땀이 엄청 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최경숙(가명) 시니어도 이에 공감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 편하라고 큰 건물에 (경사로를) 만들어 준 건 고맙지만 어떤 날은 경사로 걷기도 힘든 날이 있다.”

 

▲ 많은 시니어들이 외출 시 계단과 경사로가 가장 불편하다고 답했다.     © 이다솜 기자

 

실제로 다수의 시니어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이 65세 이상 서울시민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시니어들은 야외활동을 즐기고 싶지만 다소 높은 제약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단과 경사로가 가장 불편하다(37.1%)고 답했다.

 

이들은 외출 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하철(36.2%), 버스(26.2%)가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도보(22.2%)가 그 뒤를 이었다.

  

▲ 잠실역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는 경사로를 올라가야만 한다.     © 이다솜 기자

 

시니어가 느끼는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이들과 비슷한 조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봤다. 조건에는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에스컬레이터를 직접 이용할 것(엘리베이터는 위치만 확인할 것)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빠른 승하차 지점(환승, 출구 등과 가까운 지하철 칸 정보)에 대한 사전 지식 등을 확인하지 않을 것 ▲버스를 이용할 경우 저상버스(승하차 계단이 없고 바닥이 낮은 버스)만 탈 것 등, 이동 방법에 제한을 둬서 시니어들이 느끼는 답답함을 이해하고자 했다.

 

본지 기자는 평소 별도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환승 구간과 가까운 ‘빠른 승하차 지점’의 위치를 숙지한 뒤 지하철을 이용한다. 이날은 사전 지식 없이 지하철을 이용해 평소보다 더 많은 이동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환승 구간을 찾았을 때 에스컬레이터가 없어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까지 돌아가는 시간도 꽤 많이 소요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잠실역을 찾아 출구로 가는 길을 걸어봤다. 지하철에서 내린 다음 계단을 올라가야 출구로 갈 수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는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6-3(열차의 여섯 번째 칸 세 번째 출입구. 주로 바닥이나 스크린도어에 표시되어 있음.) 앞에 있었다. 이를 타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을 걸어야만 했다. 한 시니어는 경사로를 보자 심호흡을 크게 쉬기도 했다. 일반인에게는 어려울 것 없는 경사로였지만, 시니어에게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는 듯 보였다.

 

▲ 잠실에서 만난 시니어들은 경사로, 계단, 에어컨 가동 여부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다솜 기자

 

시니어들은 대중교통 관련 정보를 얻는 것도 힘들어했다. 지하철에 환승 구간과 가까운 빠른 승하차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니어들도 많았다. 빠른 승하차 지점이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곳인지 되묻는 시니어도 있었다. 엘리베이터 위치를 어디서 안내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이들도 있었다.

 

도봉구과 성동구에서 잠실로 나들이를 왔다는 3명의 시니어들은 “2호선을 갈아타려면 오래 걸어야 한다. 서서 가는 것(무빙워크)은 항상 작동을 안 하더라. 그게 불편하다”며 “날씨 때문에 힘든 데 지하철을 오르내리니까 더 지친다.”고 입을 모았다.

 

대중교통을 갈아타는 중이라던 한명자(가명) 시니어는 “걷는 게 할매들한테 좋다고는 하지만 다리 안 좋은 사람한테는 힘들지. 그거는 운동이라고 하기는 어렵잖아.”라고 말했다. “다니다 보면 어떤 역은 에어컨도 제대로 나오는 것 같지 않다.”고 덧붙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 정류장 의자에 앉지 못한 시민들은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 이다솜 기자

 

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잠실역, 롯데월드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A번 저상버스가 오후 2시 50분쯤 정류장에 들어섰다. 본지 기자는 다음 저상버스가 몇 분 뒤에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탑승하지 않았다.

 

오후 3시 7분이 되자, 다음 저상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시민들을 지켜보니, 정류장 의자에 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돌로 만든 의자였기 때문에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몇몇 시민은 정류장 옆에 위치한 잠실역 2-1번 출구에 서서 더위를 피하기도 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시니어들이 느꼈을 무기력감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더위에 지친 몸은 점점 무거워졌고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약 17분 동안 버스를 기다리면서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손부채질이 전부였다.

 

▲ 서울책보고는 매달 새로운 기획전을 진행한다.     © 이다솜 기자

 

다행히 시니어들이 지친 심신을 잠시 달랠만한 곳이 근처에 있었다. 잠실나루역 근처에 위치한 ‘서울책보고’다. 서울시가 만들고 서울도서관이 운영하며 (주)비엠컴퍼니가 위탁 운영 중인 서울책보고는 시니어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고 있었다.

 

노부부, 가족, 친구, 관광객 등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이곳에서 헌책을 만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시니어들도 있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이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이한수 홍보팀장은 “하루 평균 800명에서 900명 정도가 이곳을 방문하는데 이중 30%에서 40% 정도를 시니어 방문객으로 보고 있다. 아무래도 헌책방을 테마로 하다 보니 시니어 세대도 자주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용객들은 헌책이라는 소재와 감각적인 인테리어, 깔끔한 내부 시설에 호감을 보였다. 이날 서울책보고에 처음 방문했다는 최철용(가명) 시니어는 “책 좀 보려고 왔다. 공간이 넓고 책이 많다는 게 마음에 든다. 시설도 깔끔해서 돌아다니기 쉽다. 문화생활을 즐기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잠실역 지하몰에 조성된 경사로. 시니어들은 경사로를 걷는 것도 벅찰 때가 많다고 말했다.     © 이다솜 기자

 

최근 서울시는 시니어들이 이동권을 행사하는데 느끼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22년까지 모든 버스와 지하철에 교통약자 시설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서울시 관광약자 접근성 조사’ 등을 시행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방향’이다. 시니어들을 위한 해결책이지만 실제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따져봐야 한다. “새로 마련한 시설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제공해달라.”, “서서 걷는 것(무빙워크)을 낮에도 (사람이 지나가면) 작동시켜달라.”는 시니어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와 함께 시니어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어려움, 무력감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모든 것이 해결되는 2022년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은 가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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